야채물 규범은 “Baneful Medicine” 전시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고안되었습니다.
“Baneful Medicine” (해로운 약)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이승환작가는 한국을 방문했다. 주기적으로 방문은 했지만 거의 20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설을 보내며 제사를 지낸 것이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의식으로써 90년대 일본연구자들이 개발한 “암환자를 위한 야채물”을 마시던 의식을 되살리는 것으로 “Baneful Medicine” 전시에 참여하기로 했다. 90년대 당시 이작가는 백혈병 때문에 항암치료를 받으며 어머니가 끓여준 야채물을 매일 마셨다.
질병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삼촌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나이가 들어 죽는 과정은 모든 것이 변하는 자연의 섭리와 같다는 말이 오갔다. 그 후 건강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해 보았다. 제 기능을 하며 생기를 느끼는 것.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연결관계를 맺는 것.
야채물규범에 쓰인 글귀들은 미국의학협회 윤리강령에서 차용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공동체의 건강과 의료보험 제공&자금조달에 초점을 맞춘 장에서 많이 차용되었다.
1900년대 초반, 대증요법 의사들로 구성된 미국의학협회는 동종요법 의사들의 시장 경쟁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내 의사 개업인가를 대증요법 중심적으로 제정화하고 의학교 설립 수를 제한시켰다. ‘과학적’ 의술이라는 명목하에 미국의학협회는 카네기 재단과 록펠러 재단 등의 자본가들과 협력하여 수술과 방사선 연구와 합성약품 개발을 통해 의료산업을 건설했다. 또한 의료면허를 취득한 의사들의 권위를 보장하기 위해 미국의학협회는 큰 보험회사들에게 유리한 보험제도를 도입시켰다. 오늘 날 의료기계, 합성약품, 그리고 의료보험에 의존하는 일방적인 의술은 사리사욕이 공익보다 우선시 되는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를 반영하는 듯 하다. 우리의 병적인 사회는 공동체와 공동성의 결여, 그리고 개인의 자유가 무관심의 형태로 나타나는 정치적 참여의 결여를 통해 그 증상을 보인다.
작가가 백혈병을 앓던 당시 야채물은 신체적인 작용을 하였다. “야채물규범”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 작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야채물을 만드는 의식을 거치며 재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을 통해 이번에 야채물은 정치적이고 영적인 작용을 하였다.
1E. Richard Brown, Rockefeller Medicine Men: Medicine and Capitalism in America (Berkeley :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79), 5-12.
Frank W. Stahnisch, Marja Verhoef; The Flexner Report of 1910 and Its Impact on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and Psychiatry in North America in the 20th Century, December 26, 2012;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543812/
2Lily Rothman; The American Health Care Has Lots of Problems. Here’s When They Started, July 13, 2017; http://time.com/4837864/healthcare-history-beginning-obamacare-ahca/
야채물 규범
2019
제작과정과 의례절차를
기록한 디지털사진과
웹에서 발견된 문자
기여한 사람들:
작가: John Seung-Hwan Lee 이승환
엄마: So-Yun An 안소연
아빠: Dong-Ho Lee 이동호
아내: Siri Lindskrog
삼촌: Byung-Yong An 안병용
삼촌: Byung-Sun An 안병선